미국 유학 준비(3) - 붙잡아야지, 잃어가던 것

풀브라이트 장학 준비

Featured image

벌써 일 년의 반, 한 학기가 끝난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6월은 바쁘진 않았는데 뭐가 그렇게 조급했나 모르겠다.

앞서 5월에 포스팅된 풀브라이트 장학 준비로 연결된다.


풀브라이트 장학이란?

내가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풀브라이트 장학은 한·미 양측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주는 한미교육위원단이라는 조직에서 주는 장학금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역사가 깊고 명망 있는 장학으로, 국제 교육의 상징과 같은 프로그램이다.

그중 내가 준비한 장학은 “이공계 첨단분야 대학원 장학프로그램”으로 2023년에 신설된 것으로, 미국으로 나가는 석·박사를 무려 200명(!)이나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있는 정보로 추측하면, 5년간 한미 양측 대학원생 200명, 즉 1년에 한국인만 매년 20명꼴로, 아무튼 국내 최대 규모임은 분명하다.

(해외 박사 장학이 보통 5명 이하로 뽑는 걸 감안하면, 얼마나 큰 수인지 알 수 있다.)

이 장학을 준비한 이유는 통상적인 스펙이나 숫자 경쟁보다는 한 학생의 정성적인 삶과 사회적인 가치를 포함하는 장학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참고로 작년에 내가 받은 ‘대한민국 인재상’의 연구자 버전이자 글로벌 확장 버전과 굉장히 유사하다.

공식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나는 사실 정량적인 스펙은 남들보다 좋지는 않고, 탑스쿨 지원자들이 쏟아지는 걸 감안하면 잘 쳐도 중간에 걸친다고 생각했다.

다만, 사회적 기여나 다양한 활동 경험의 정성적인 것이 합쳐진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풀브라이트 타임라인

이전의 포스팅에도 적어 놨지만, 간략하게는 다음과 같이 준비했다.

5월부터는 추천서 및 서류 정리 작업을 진행했다.

추천서는 작년에 대한민국 인재상 때와 같이 지도교수님과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멘토님, 그리고 연구를 같이 진행한 다른 교수님, 총 3분에게 부탁드렸다.

모두들 너무 감사하게 흔쾌히 받아주셨다. (항상 다들 감사드립니다. 🙇‍♂️)

서류 작업은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제적증명서 등을 대학교 공식 봉투에 담고, 밀봉 후 사인을 하는 식으로 진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포인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모든 이수 과정을 증빙해야 했는데 시간은 없어서, 전적대인 충남대학교 증빙을 받기 위해 직접 방문을 해야 했다.

전적대는 내 미성숙하고 유쾌하지 못했던 시기의 기억 그 자체여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 그 시절의 못난 나를 바라볼 자신이 없었을지 모른다.

그때는 모든 게 불만이었는데, 사실 충남대학교는 내 기억보다 훨씬 예쁘고 활기찼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번아웃

대충 5개월 이상의 큰 사이클이 끝나고 나니 진이 다 빠졌다.

다음 연구도 준비해야 하고 앞으로의 다른 장학 준비나, 랩 리스팅도 시작해야 했지만 도저히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 일주일을 아무것도 못한 채 날리고 나서 무언가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강남 해커스”에서 주최한 유학 박람회였다.

전체적인 내용으로는 어학 시험부터, 유학 준비 타임라인 및 전략들, 선착순 1:1 상담 등을 포함했다.

사실 나는 유학 박람회에는 관심이 거의 없었고 저번 달에 못 한 1:1 상담이 너무 받고 싶었다.

나의 바람이 닿아서 선착순에 성공했고, 강남에 올라가게 되었다.

올라가서 상담을 해 보니, 전체적으로 상반기는 잘 준비하고 있었고 영어 시험을 조금만 더 깎으면 유리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다만 시간이 없으면, 지금 성적으로도 괜찮아서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


회복 (1)

또, 강남에 올라간 김에 거의 2년 만에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동기들을 만났다.

개발, 창업, 취준 등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사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연을 만들어 준 소마에 참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다들 바쁘고, 멀리 살아서 오기 번거로웠을 텐데, 연락 한 통에 기꺼이 모여 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회복 (2)

다음 날은 내 인생 멘토 같은 친구를 만났다.

그는 안 본 6개월 사이에 더 똑똑해져 있었고, 이번에도 방황하는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어디서든 “AI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AI 시대에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와 같은 뻔한 말들은 너무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친구가 실제로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말들이 정말 무슨 뜻인지 체감했다.

그 친구와 대화하며 나는 머릿속으로 이렇게 정리했는데,

AI가 발전할수록 AI가 한 것이 내가 한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우린 그걸 “생산성”이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내 성장에 정말 도움이 되는가’는 매우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직접 기본기를 배우고 이해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AI를 쓰면, 더 빨리 쌓은 지식으로 더 수준 높은 질문을 하는 선순환이 반복된다.

하지만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오프로딩시키면 당장은 만족감은 들지만, 내 성장에 도움은 되지 않은 채 머무른다고 생각했다.


붙잡아야지, 잃어가던 것.

조바심과 압박감이 찌그러트려 놓은 젊음
거품 덫들 기회 대신 오는 유혹들
그 모든 것의 정면에서 다시 처음부터
붙잡아야지 잃어가던 것

내가 힘들 때 정말 많이 듣던 노래, 이센스의 ‘독’이다.

매년 들을 때마다 연상되는 이미지가 다른데, 올해의 나에게는 이렇게 느껴졌다.

나는 한동안 당장 해내야 한다는 조바심과 압박감에 빠져서 많은 기본기 공부와 사고, 이해를 AI에게 맡겼던 것 같다.

물론 AI를 쓰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의도적으로 조금 더 느리고 돌아가는 길을 택하고 싶다.

여전히 부족하기에 시작으로 돌아가 기본기를 겸손하게 배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