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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준비(5) - 다사다난 여름
광복절 연휴가 지난 지금, 여름의 더위는 점차 꺾이고 있다. 나는 줄곧 여름에 약했다. 수능 때도, 소마 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래도 여름은 언젠가 끝난다.
풀브라이트 영어 면접

이전에 서류를 냈었던 풀브라이트 영어 면접이 되었다. 사실 논문 한 개도 없이 풀브라이트 면접이라니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감회에 젖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바로 2주 뒤에 면접이 있었다. 영어 PT나 면접이 아예 처음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중요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준비를 많이 했다. 출력해서 수정하고, 답안을 외우고 혹시 모를 질문들을 AI랑 영어로 모의로 돌렸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거의 기억이 없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해킹
살면서 처음으로 인스타 해킹을 당해봤다. 사실 전날에 디스코드가 해킹당했었는데, 워낙 방치한 계정이었기에 그러려니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까 진짜 인스타도 해킹당했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죄다 스캠 DM이 발송되어서,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은 꼭 MFA 걸고 이중으로 계정을 지키길 권장한다.
서울 나들이
면접이 끝난 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시킨 탓일까?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사실 항상 그런거 같긴 한데) 번아웃에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서, 냅다 대한민국 인재상 네트워킹을 신청했다.

정말 다양하고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비록 뚝딱거리며 네트워킹을 잘하진 못했지만, 나는 진심으로 뛰어난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을 좋아한다. 좋아하던 것을 업으로 삼으며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 마치 내가 가지지 못한 어떤 삶의 모습에 대리만족하는 것 같다. 연구를 하신 선배님과도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뭔가 조급함에 질문을 했지만, 연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 있다고 하셨다. 연구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올해의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말인 것 같다.
서울 나들이 (2)
그 다음날은 작정하고 휴식을 다녔다. 이태원에 바이닐 앤 플라스틱이란 레코드 샵으로 향했다. 음악 듣는 것은 오랜 취미였지만, 레코드 샵은 처음이었다.

테마파크에 간 듯, 홀려서 2시간 반을 구경하고 청음했다. LP를 들고 음악을 들으면, 평소에 안 듣던 장르도 2배로 좋게 들리는 마법이 존재하는 듯 했다. 난 음악을 엄청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크게 틀면 잡생각이 사라지곤 한다. 딱히 돈을 쓰는 일도 잘 없는데, 돈을 많이 벌면 집에 청음실을 꼭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맺음말
나는 재수한 이후부터 꽤 열심히 살아왔다. 못 이뤘던 것을 이루고 싶었고, 다시는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그 독기를 기반한 땔감은 더 이상 예전처럼 타오르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지금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기회도 많이 얻었다. 나는 분명 내가 꿈꾸던 어떤 자리에 가까워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만큼 더 공허해졌다. 내가 예술가들과 수많은 인재들을 좋아하는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그들이 무언가를 순수하게 좋아하고, 그것에 삶을 쏟는 모습은 내 삶에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만큼 지금 내 전공과 성취를 그만큼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에게 대학 생활은 실패 없이 해내야 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못 이뤘던 유학을 위해, 미국에 가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더, 압도적으로 잘해야 한다고 믿었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잘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가장 오래 피해다녔던 질문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돌아온다. 나는 무엇을 좋아해서 계속할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독기만으로 평생을 달릴 수는 없다는 것 정도는 이제 알 것 같다. 언젠가는 그것과 다른 이유로 움직이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20대 후반이 된 지금, 어린 날의 독기와 열정은 여름의 더위처럼 조금씩 꺾이고 있다. 나는 줄곧 여름에 약했다. 수능 때도, 소마 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래도 여름은 언젠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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